안녕하세요. 여행 크리에이터 엘란입니다.
무더운 여름이 언제 그랬냐는 듯,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9월에 가보면 좋을 서울 여행지를 이번 포스팅에서 한 곳 소개해 드리려 하는데요.
가을이면 예쁜 상사화 꽃이 피는 곳이 서울에도 있거든요.
그곳은 바로 성북동에 위치한 길상사 입니다.
길상사에 대해서…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길상사는 원래 사찰이 아니었습니다.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 삼청각 등과 함께 최고급 요정의 하나였던 대원각을, 소유주였던 故김영환 님이 법정 스님에게 시주하면서 사찰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1995년에 대한불교조계종 송광사 말사인 ‘대법사’로 등록하여 처음 사찰이 되었고, 2년뒤인 1997년에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 ‘길상사(吉祥寺)’로 이름을 바꾸어 재등록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대원각은 7000평 규모로 당시 천억원에 달하는 재산가치가 있었다고 하는데, 故김영한 님은 법정 스님이 쓰신 ‘무소유’를 읽고 감동을 받아 10년 넘게 법정스님을 찾아 기부의사와 함께 사찰로 만들어 줄 것을 부탁드렸다고 합니다.
길상(吉祥)이라는 말을 좋아하셨던 법정스님께서, 불문에 귀의한 김영환에게 길상화라는 법명을 주었고, 사찰 이름 역시 길상사로 하였다고 하죠.
故 김영환 님에 대해서…
故 김영환 님은 일제 시대의 시인 백석의 연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백석은 김영환에게 ‘자야(子夜)’라는 아호를 지어주었다고 하죠. 해방 후 백석은 북으로, 김영환은 서울로 오게 되면서 둘은 영영 같이 있을 수 없는 사이가 되고 말았죠.
김영환님은 백석의 생일이면 곡기를 끊고 방안에서 불경을 외며 그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천억원대 재산을 기부함에 그 많은 재산이 아깝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 천억 재산이 어찌 백석의 시 한 줄에 비할 수 있느냐’ 라는 말로 백석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1999년 11월 14일에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의 유해를 눈이 오는 날 길상사 경내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해집니다.
길상사 경내의 길상헌 뒤쪽 언덕에 김영한의 공덕비가 있습니다.
법정 스님에 대해서…
무소요(無所有)의 정신으로 알려진 불교 승려이자 수필가로, 수십권의 저서를 통해 자신의 철학을 전파하신 분입니다.
1932년생이신 법정 스님은 1954년에 출가하셨고, 2010년 3월 11일에 성북동 길상사에서 지병인 폐암으로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법정스님은 종교간의 화합에도 힘쓰셨는데요. 1997년 길상사 개원 법회에 천주교 김수한 추기경이 참석하여 축하를 해주시자, 그 다음해 2월 24일 서울 명동 성당에 방문하셔서 특별강연으로 종교 간의 화합을 보여주셨습니다.
입적하실 때, ‘사후에 책을 출간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셔서, 현재 법정스님이 집필하신 책은 서점에서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후에서도 무소유를 실천하신 스님이십니다.
길상사 위치와 찾아가는 방법, 주차 정보
- 대중교통: 서울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 6번출구→성북 02번 마을버스- 길상사 앞에서 하차. (약 13분 소요)
- 승용차: 내비게이션에 ‘길상사’로 검색 혹은 아래 주차장 주소 검색
- 주차장 주소 : 서울 성북구 선잠로5길 68
- 주차 정보 : 약 40대 주차 가능. 주차비 무료
길상사 안내도
※ 추천 산책로 : 6번 일주문 → 1번 극락전 → 14번 진영각 → 12번길상선원/11번직묵당 → 4번 설법전 → 8번 길상 보탑
길상사 둘러보기
길상사의 정문이라 할 수 있는 일주문앞에 서면 왠지 모를 경건함이 듭니다. 다른 사찰과 다른 모습이기에 절을 다니시는 분이라면 조금 낮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길상사는 금강문이나 천왕문, 불이문이 없습니다. 이 일주문이 그 모든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이 일주문을 들어가면 바로 왼편에 종무소가 있습니다.
길상사에는 다른 사찰과 달리 대웅전이 없고 아미타불을 모시는 극락전이 본전입니다.
아미타불을 주존(主尊)으로 모신 것은 도심 가운데 생긴 이 도량이 보다 많은 불자들을 이고득락(離苦得樂)의 길로 이끄는 터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고….
※ 참고: 아미타불은 극락정토(극락세계)에 있는 부처
길상사 내부는 사찰 느낌이 크게 들지 않고, 마음을 가다듬는 편안한 장소로 느껴졌는데요.
법정스님이 계셨다는 진영각으로 걷는 길은 작은 숲을 지나는 기분이었습니다.
길상헌 뒤편에는 시주 길상화 공덕비가 있었습니다. 백석을 그리워했던 김영한은 자신이 죽거든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 자신의 유골을 길상사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하는데요. 그의 혼이 이곳에 남아 여전히 백석을 기다리고 그리워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둘의 사랑이 윤회를 거듭나서 꼭 이루어지길 빌어 보았습니다.
길상사를 9월에 가봐야 하는 이유는 바로 꽃무릇이 피어 있기 때문입니다.
진영각으로 올라가는 길과 진영각 앞에는 꽃무릇이 가득한데요. 이 꽃을 보러 많은 사진작가분들이 찾기도 한답니다.
길상사의 꽃무릇은 9월 초순에 볼 수 있는데요. 개화 기간이 짧아서, 중순이 넘어가면 예쁜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길상사의 진영각은 법정스님이 생활하셨던 곳이기도 하고, 현재는 생전의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담벼락 앞에는 법정스님의 유골이 모셔져 있기도 하고요.
진영각 내부는 사진 촬영이 되지 않았지만, 생전에 집필하셨던 책들이 있었습니다.
진여악에서 길상선원을 지나 설법전에 오면, 관세음보살상이 눈에 띄게 되는데요. 우리가 알던 모습의 관세음보살과 다릅니다.
조각가 최종태 서울대 명예교수의 작품으로 2000년 4월에 길상사에 봉안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는 사실 카톨릭미술가협회장으로 천주교 신자였습니다.
성모 마리아상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길상사의 관세음보살상은 법정스님께서 불교와 카톨릭의 교류를 위해 김수환 추기경께 관음상 제작을 의뢰하셔서, 최종태 교수님이 제작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러한 이유로 두 종교를 아우른 모습으로 길상사의 관세음보살상이 만들어진 이유가 되고 있다네요.
길상사에는 연면적 600평, 지상 3층 규모의 지장전이 2005년에 완공되었다고 하는데, 현대식 건물과 어우러진 모습입니다.
2층에는 북카페가 운영 중이고, 3층이 지장전 입니다.
북카페인 다라니 다원은 누구나 이용이 가능한 곳으로 창을 내다보며 차 한잔 마시기에도 너무나 좋은 장소입니다. 이곳만 찾으러 오시는 분들도 있다고 하네요.
맺음말
실제로 길상사를 산책하며 걷다 보면, 산책하시는 천주교 수녀님들을 볼 수 있는데요. 그만큼 종교의 터울이 없고 화합한 모습을 길상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를 9월에 가보면 좋은 이유는 꽃무릇을 볼 수 있어서입니다.
꽃무릇은 사찰에서 많이 보이는 꽃인데요. 꽃무릇 뿌리에 방부제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탱화를 그릴 때 사용된다고 해요. 색 바램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네요.
불갑사나 선운사 만큼 꽃무릇이 넓게 많이 분포된 것은 아니지만, 길상사를 아기자기하게 빛내 주고 있어 산책하면서 보기 좋습니다.
아무래도 길상사는 무소유를 실천하셨던 법정스님이 창건주 이시기 때문에, 마음을 비우며 조용히 사찰을 돌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